새해맞이 옛사람들의 소망 담은 민화의 향연
광주신세계갤러리 신년기획전
28일부터 김세종민화컬렉션
조선 말기 대표 민화 17점
호도·화조도·책거리 등 엄선
국내 최초 '화조도병품' 전시
"신년 맞아 좋은 기운 전달하길"
입력 : 2024. 12. 26(목) 17:53
‘까치호랑이(18세기 후반)’. 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운룡도(19세기)’. 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신년을 맞아 조선민화의 독창적인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찾아온다.

광주신세계갤러리는 신년기획전 ‘조선민화, 신세계에서 꽃피다- 김세종민화컬렉션’을 이달 28일부터 내년 2월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민화의 전성기였던 19세기 후반~20세기 초에 완성된 원화 17점과 고가구, 도자기를 함께 선보인다.

국내 최대 규모의 조선민화 컬렉션인 ‘김세종민화컬렉션’ 중 화조도, 책거리, 까치호랑이를 중심으로 한 대표작들을 포함해 지난해 경매를 통해 일본에서 국내로 돌아온 ‘화조도병품’이 국내 최초로 전시되며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반출돼 일본에서 소장돼 온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1982년 이우환 작가가 편집에 참여했던 일본에 한국민화를 소개한 ‘이조민화’에 수록된 바 있다.

김세종민화컬렉션은 ‘조선민화 까치호랑이’, ‘불가사의의 아름다운 민화’, ‘판타지아조선-김세종민화컬렉션’ 등 다수의 기획전과 초대전에서 민화를 선보여 왔다.

이 밖에도 △운룡도 △호도 △책거리 △화조도 등이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운룡도는 용과 구름이 함께 등장하는 그림으로 삼국시대 이전부터 각종 의장과 공예에 새겨진 운룡 도상이 조선시대에도 도자, 공예부터 단독 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호도에는 우리 민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범접하기 어렵고 용맹한 호랑이와 까치가 등장한다. 은혜를 갚는 보은의 상징이기도 한 호랑이는 삿댄 것을, 까치는 기쁜 소식을 막는 상징성이 있다.

책거리는 책장 없이 물건과 책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책은 선비 문화의 모체로서 책가도는 18세기 후반 정조시기 궁중회화로 먼저 유행했다. 이후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민화로 인기가 지속된다. 책거리 그림에 그려진 대상을 통해 당대의 역사, 경제, 사상, 일상을 다양하게 추측해 볼 수 있다. 또한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 요소를 지닌 점과 미니멀리즘을 보는 듯한 격자무늬와 선적인 요소, 역원근법을 이용한 기발한 공간 구성은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화조도는 꽃과 새를 주 소재로 해 넓게는 꽃뿐만 아니라 나무나 풀을 배경으로 새와 벌레가 어우러진 그림을 말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하는 정서와 가치관이 녹아 있고 화려한 채색과 장식성이 돋보인다. 특히 부부간 금실, 화목, 행복 등을 상징하며 어떤 장르보다 대중성을 확보해 현재까지도 가장 많은 양이 전해진다. 왕실과 양반들의 수요로 그려진 화조도의 경우 장식성이 강하지만 획일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민간에서 그려진 화조도의 경우 투박해 보이지만 자유롭고 창의성이 돋보인다.

‘책거리(19세기)’. 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화조도(17세기)’. 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민화의 특징은 민중의 소망이 담겨 있다는 점과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조형성이다.

조선시대 민중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아이가 돌이 되면 장수와 출세를 기원하는 병풍을 둘렀다. 혼례를 올릴 때는 부귀와 다산을 기원하는 화조 병풍을 둘렀으며,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화려한 꽃상여와 병풍으로 고인을 배웅하며 집안의 대소사를 함께 했다. 생로병사, 희로애락을 함께한 민화를 감상하는 것은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소망부터 이상향에 대한 꿈까지, 신년을 맞아 앞서 떠나간 이들의 소중한 마음을 만나는 뜻깊은 일이다.

또한 소재나 기법은 궁중장식화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자유롭게 표현돼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조형미를 만들어 낸 민화 작품들이 전시장에 펼쳐져 이목을 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백지홍 광주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조선 말기 혼란 속에서도 피어난 새로운 시각성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대상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자유 속에 담아낸 옛사람들의 소망이 새해를 맞이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기운으로 전해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신년기획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광주신세계갤러리 데스크(062-360-1271)로 문의하면 된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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