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순간에 강한 면모 보인 ‘우승 캡틴’
‘V12’ KIA타이거즈 2024년 결산
<9> 외야수 나성범
여름 승부처서 3경기 연속 홈런
한국시리즈 2~4차전 멀티히트
최형우 통증에 4번서 완벽 활약
“안방서 트로피 들 수 있어 영광”
입력 : 2024. 11. 14(목) 14:42
KIA타이거즈 나성범이 지난달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4차전 3회초 무사 1·2루에서 안타를 때리며 만루 기회를 만든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안방에서 우승을 하는 게 가장 좋죠. 주장으로서 광주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게 정말 영광스럽고, 동료 선수들에게도 고맙습니다.”

KIA타이거즈 이적 후 처음으로 유니폼에 알파벳 C를 새긴 ‘초보 주장’은 ‘우승 캡틴’이 됐다. 올 시즌 나성범의 평균 기록을 봤을 때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활약이었지만 승부처에서는 뛰어난 활약을 펼쳐 팀 승리에 기여했다.

나성범은 올해 정규시즌 102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0.291(374타수 109안타), 21홈런, 80타점, 51득점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0.511, 출루율은 0.357이었다. KIA 이적 후 첫 해인 2022시즌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2023시즌과 2024시즌 연속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는데 실패했다.

KBO리그에서 대표적인 ‘금강불괴(아주 견고해서 좀처럼 깨지지 아니하는 몸)’로 꼽히던 나성범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종아리와 허벅지 부상으로 58경기 출장에 그친 뒤 올 시즌 김선빈에게 주장직까지 물려받으며 설욕을 노렸으나 다시 허벅지 부상이 도진 것이 치명적이었다.

풀타임 소화에는 실패했으나 나성범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올해 정규시즌을 앞두고 시범경기 도중 우측 햄스트링 부분 손상으로 이탈했으나 약 1개월 만인 4월 말 전력에 복귀했고, 승부처에서는 확실한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정규시즌 우승의 분수령이었던 8월 중순에는 나성범의 활약이 최고조에 올랐다. 2위 LG트윈스가 4경기 차로 추격한 상황에서 원정 3연전을 떠난 나성범은 1차전 역전 결승 투런포, 2차전 동점 솔로포를 날리며 맹타를 휘둘렀다.

LG와 3연전에 앞선 키움과 3연전 3차전에서도 스리런포를 날렸던 나성범은 3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고, KIA는 시리즈 스윕에 성공해 7경기 차로 벌리며 LG를 3위로 끌어내렸다.

가장 큰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도 나성범의 존재감은 빛났다.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나성범은 2차전에서는 4타수 2안타 1득점을 올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또 7회초 수비에서는 선두 타자 르윈 디아즈의 안타에 정확한 2루 송구로 주루사를 유도하며 리드를 지켜냈다.

이어 3차전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한 나성범은 4차전을 앞두고 최형우가 허리 통증으로 결장하며 5번 타자에서 4번 타자로 전진 배치됐고, 5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0-0으로 맞선 1회말 1사 2·3루에서 내야 땅볼로 진루타를 만들어내며 선취점을 올렸고, 이는 결승타로 연결됐다.

2차전부터 4차전까지 세 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생산하며 맹타를 휘두른 나성범은 최형우가 전력에 복귀한 5차전에서도 4번 타자에 기용되며 신뢰를 받았다.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으로 멀티히트 행진을 이어가는 데는 실패했지만 0-3으로 뒤진 1회말 1사 1·3루에서 희생 플라이를 날리며 추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주장이자 중심 타자로서 KIA 타선에 앞장선 나성범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350(20타수 7안타 1볼넷), 2타점, 3득점의 성적을 냈다. 장타율은 0.350, 출루율은 0.364로 높지 않았지만 적재적소에 출루와 해결 능력을 선보이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나성범은 3승 1패로 앞선 상황에서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안방에서 우승하는 게 가장 좋다”며 “광주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면 영광스러울 것 같고, 동료들에게도 정말 고마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4차전까지 한국시리즈를 즐겨왔고, 모두 잘 준비한 만큼 오늘 우승을 확정 짓고 싶다”며 “가족들도 경기를 보러 오는데 그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는 다짐을 현실화했다. 우승 캡틴, 그리고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가장이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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