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노벨문학상의 도시를 위해
노병하 취재1부 정치부장
입력 : 2024. 11. 11(월) 18:13
광주는 지난 10월10일을 기점으로 민주화의 도시라는 이명 이외에 하나가 더 추가됐다. 인문학 계열에서는 누구나 엄지를 치켜세워주는 ‘노벨문학상’의 도시가 바로 그것이다.

받고 싶다고 해서 받을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응모를 하는 것도 아니다. 한 작가의 작품이 쌓이고 그것을 읽고 누군가가 추천해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 추천자는 세계의 석학 중에서도 특히나 문학적 감수성과 지성이 탁월한 사람들이다.

최소한 21세기 초반에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노벨문학상을 다른 곳도 아닌 광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한강 작가가 받았다. 더욱이 그의 작품 ‘소년이 온다’는 광주의 가장 아프고도 웅혼한 이야기,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루고 있다.

자, 이 멋진 선물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강기정 광주시장도 같은 고민이었던 듯 하다. 지난달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를 위한 기자 간담회 당시 그의 표정은 기쁘면서도 난감해 보였다. 그에서는 ‘이 문학의 축복을 어떻게 해야 광주에 정착 시킬 것인가’라는 고민이 역력했다.

이런 와중에 11일 광주시가 2025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독서가로서는 꽤나 반가운 목록이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책 읽는 광주’ 조성을 위해 ‘광주시민 매년 1인 1책 읽기 문화’를 확산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서점 활성화, 자치구별 대표도서관 건립 등을 통해 도서관-서점-광장 어디에서든 책과 친해지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138억원을 배정했다.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무언가 허전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글을 쓴다는 것과 필연히 연결된다. 많이 읽은 이들은 당연하게도 쓰고 싶어하는 욕구를 마주할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것 만큼이나 쓸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배고프고 가난한 그러나 제2의 한강을 꿈꾸는 이들에게 광주가 먼저 길을 열어줘야 한다. 전국 어디서나 “광주로 가면 글을 쓸수 있도록 지원해주다”는 파랑새를 풀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모여 논의하고 토론할 때, 비로소 글 읽기가 모두에게 퍼진다. 쓸수 있어야 읽을 마음도 생긴다. 이 명제를 달성한 순간부터 광주의 색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라. 젊은 소설가들의 배경에 ‘광주’가 나오는 찬란한 순간을.

도시를 바꾸는 절호의 기회가 왔음을 광주시가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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