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게이트와 스캔들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입력 : 2024. 11. 06(수) 17:50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명태균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대통령실과 정치권 뿐 아니라 국민들도 ‘명태균 늪’에 빠진 것 같다. 야권과 언론 등에선 ‘명태균 게이트’(Gate)라고 명명하며, 연일 새로운 사실들을 공개하고 있다. 여기서 ‘게이트’는 ‘문’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정치 분야에선 권력형 비리나 은폐, 조작 등 대형 부패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게이트라고 부른다. 게이트 앞에 파문을 일으킨 주요 인물, 일어난 장소, 핵심 단어 등을 붙이는 식이다.

게이트의 유래는 ‘워터게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 1972년 6월, 워싱턴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가 있던 건물 이름이 워터게이트 빌딩이다. 빌딩 6층에 비밀 공작원들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가 발각된 사건이다. 워터게이트의 결과로 닉슨 대통령이 물러났다. 이후 권력과 관련한 비리 의혹, 부패 사건에 ‘워터’를 빼고, 그 사건과 관련한 핵심 단어를 붙여 무슨 무슨 게이트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됐다.

이와 유사하게 사용하는 단어로 스캔들(scandal)이 있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불명예스러운 평판이나 소문을 말한다. 연예인들의 연애설이나, 정치인들의 부도덕한 행보를 표현할 때 쓰이기도 한다. 어원은 거꾸로 매달아 올리는 함정을 뜻하는 그리스어 스캔달론(scandalon)에서 유래됐다. 그리스 신화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전쟁의 신 아레스와 바람을 피울 때 남편 헤파이스토스가 몰래 쳐둔 그물 함정에 걸려 다른 신들의 웃음거리가 된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명씨를 둘러싸고 게이트와 스캔들이란 단어가 따라붙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김건희 리스크’는 한국 대통령의 시한폭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큰 정치적 리스크는 그의 배우자 및 배우자가 연루된 여러 스캔들”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두 단어에는 차이가 있다. 스캔들과 달리 게이트는 정치적으로 불법 행위가 입증될 때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캔들은 ‘추문’, 게이트는 ‘불법 비리’에 맞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은 스캔들을 넘어 게이트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명태균 게이트’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불신은 더 깊어졌다. 국민들은 혼돈과 절망에 빠졌다.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명씨 늪’에 빠진 국민의 손을 잡아줄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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