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아픈 역사를 기리고자 군함도와 아소·미이케 탄광 등에서 벌어진 참혹한 실상을 기록했어요.”

영암 삼호고등학교 학생들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삼호고등학교 동아리 ‘컬쳐웍스’(Cultureworks)는 올해 초부터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들의 생애에 주목하고 다큐멘터리 ‘미완의 귀환’ 제작에 나섰다.

김은서, 박의빈, 조가인, 김하윤, 고시은 등 5명으로 구성된 동아리 컬쳐웍스는 군함도, 아소·미이케 탄광 등에서 벌어진 참혹한 실상을 기록하고 역사의 아픔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전남교육청 청소년 미래도전 프로젝트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되면서 국외 활동 기회를 얻게 됐다.

컬쳐웍스는 먼저 강제징용 관련 서적을 읽고 자료조사에 돌입했다. 주제 특강을 듣고, 지역별 강제징용의 유형과 특성을 조사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지도를 제작했고, 연표도 만들었다.

지난 7월에는 6박 7일간 일본을 다녀왔다. 조선인 수천명이 강제 노역했던 미이케 탄광을 취재하고, 희생된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위령비를 참배했다.

혹독한 노동 환경으로 악명 높았던 아소 탄광에서 고통을 겪었던 조선인들의 흔적도 생생하게 담았다. ‘지옥섬’이라 불렸던 군함도에 들어가 아름다운 경관에 숨겨져 있는 강제 노역 현장 곳곳을 취재했다.

일제강점기 비행장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들의 집단 거주지 우토로 마을에서는 관계자들과 만나 그 시절의 참상을 들었다.

학생들은 “열악하고 참혹한 노동 현장을 보면서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강제징용 역사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평화가 무시된 사실이 명백하지만, 사실을 인정하기는커녕, 군함도와 미이케 탄광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게 화가 나고 가슴이 아팠다”며 “ 더 절망적이었던 것은 어떤 곳에도 조선인들의 강제징용 사실과 잔혹한 학살, 학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이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영상에 담아 알려야 하는 이유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본 취재를 마친 학생들은 편집을 마친 뒤 하반기에 교내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최재원 지도교사는 “지난 역사의 아픔을 학생들이 직접 기획·취재해 강제징용 현장의 참상을 담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학생들은 치유와 화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