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못 잡는 노인들…디지털 세상 속 소외 심화
고령층 스마트폰·앱 낯설어 불편
택시비 인상에도 택시 잡기 난항
길가서 손 흔들어도 ‘예약’ 택시뿐
“노인 이동권 보장 대책 마련해야”
입력 : 2024. 06. 19(수) 18:15
지난 18일 오후 광주 남구 월산동 한 도로에 호출 앱으로 예약된 택시가 정차돼 있다. 정상아 기자
지역 택시업계 내 택시 호출 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노인들의 이동권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택시 호출 앱이 대중화되면서 길에서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가 줄어들자 스마트폰 조작, 앱 활용이 어려운 노인들은 택시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행정당국인 광주시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과 제도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지역에서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해 활동하는 택시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8115대(법인택시 3334대·개인택시 4781대)에 달한다. 이 중 70%가량이 ‘카카오T’, ‘UT’, ‘리본택시’ 등 호출 앱을 이용해 콜을 받고 있다.

호출 앱을 이용하는 택시가 많아지자, 디지털 소외계층인 노인들은 택시를 잡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길에서 손을 흔드는 방식으로 택시를 잡으려다 번번이 실패해 오랜 시간을 길에서 보내고 있다.

한모(72)씨는 광천터미널로 가 타지에서 오는 지인을 맞이하기 위해 길에 나와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 길가에서 한참 손을 흔들었음에도 한씨 앞에 멈추는 택시는 없었다. 지나가는 모든 택시에는 ‘예약’ 불이 켜져 있었고 빈 차라고 해도 한씨 앞을 지나기 전 ‘예약’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한씨는 “요즘에는 빈 차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다리가 아프고 시간도 없어서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버스를 타는 게 훨씬 빠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의 택시가 앱으로 호출을 받을 때만 운행을 하다 보니 ‘예약’ 불이 켜진 택시들만 돌아다닐 뿐 빈 차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택시 업계 관계자들은 요금 인상으로 손님이 줄어들면서 수요가 많은 호출 앱 사용이 불가피해졌다고 주장했다.

문홍근 전국택시노조연맹 광주본부 의장은 “요금이 오르고 나서 손님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며 “승객을 태우기 위해 보통은 번화가에 대기하고 있다가 호출 앱에서 콜이 잡히면 이동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요금 인상 이후 택시 가동률은 40%밖에 되지 않는다”며 “택시 기사들은 돈벌이가 안 되니까 호출 앱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빈 차가 없는 노인들은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승객과 택시 종사자 모두를 위해서 광주시의 제도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지역 고령인구비율은 2022년 15.6%(22만2970명), 2023년 16.5%(23만3878명) 올해 5월 기준 16.9%(23만9122명)로 65세 이상 인구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전화 연결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는 콜택시 업체마저도 인건비 부족 등의 이유로 문을 닫으면서 노인들의 고충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령사회에서 노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윤배 서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호출 앱을 이용하는 게 대중화되다 보니 앱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가 잡히지 않자, 고령층이 차도까지 내려오면서 안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말하며 “택시 승강장을 마련하거나 노인 전용 택시를 지원하는 등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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