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마을 역사 가치 보존 위해 지자체 관심 가져야
●5·18민주화운동 44주년
태봉마을의 비극 <5> 후속과제
CCTV 한대뿐…우범지대 가속화
"구청 오월정신 계승 의지 의심"
민선 8기 들어 한번도 방문 안해
임택 청장 "주민동의 필요해"
입력 : 2024. 05. 15(수) 18:13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광주 동구 소태동 태봉마을은 최대 격전지이자 주민들 스스로 마을을 지킨 지역방위군 역할을 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음에도 행정당국의 무관심 속에 폐허로 방치되고 있다.
1980년 5월 당시 지역방위군을 편성해 계엄군에 저항한 민중항쟁의 주역인 광주 동구 태봉마을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태봉마을 대다수 주민들은 동구청이 잊혀진 태봉마을의 오월 역사를 조명하고 그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3일 광주 동구 태봉마을 입구에서 만난 주민 임모씨는 “주민들도 주남마을처럼 오월마을로 조성되고 잘 가꿔지길 바란다”며 “원주민들은 많이 떠났어도 대부분 주민들이 5월 정신을 계승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월마을 조성 반대는 일부 한 두명이 했다. 그 사람들이 주민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일부 사람들의 의견일뿐 무조건 수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태봉마을에서 오월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지만 이를 관리 보존하는 동구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동구는 지난 2019년 태봉마을을 단 한 차례만 방문했을 뿐 지금까지도 마을 보존 작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시각이다.

마을 주민 김길태(61)씨는 “구청에서는 마을주민이 반대하니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하지만 주민 전체 상대로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았다”며 “주남마을을 보면서 주민들도 반성을 많이 한다. 광주 사람으로서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정신을 이어가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이어 “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말처럼 구청의 마을 방문은 일회성에 그쳤다. 임택 동구청장은 지난 2019년 민선 7기 시절 태봉마을을 둘러보고 공·폐가 정비, 소방도로 개설 등을 점검했다. 경로당을 방문해 주민민원을 듣고 개선사항을 점검했다. 당시 임청장은 “국·시비 등 예산확보를 통해 순차적으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선정돼 마을어귀에 설치된 오월 이야기를 알리는 이정표가 설치돼있지만 시간이 흘러 글씨가 갈라진 상태로 방치됐다.
하지만 임청장은 민선 8기가 되고 시간이 지났지만 추가로 마을을 방문하지 않았다. 주민과 만남은 없었고, 마을은 점점 잊혀져 갔다.

무관심은 마을 주거환경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마을입구는 소방차가 들어오기 힘들 정도로 좁았으며 CCTV도 마을 입구에 한대만 설치돼 안전 우려까지 들게했다.

특히 일부 구역에는 도시가스 조차 안들어왔다. 해양에너지 동북지사에 따르면 태봉마을 입구부터 경로당까지는 도시가스가 설치됐으나, 경로당부터 태봉산까지 주거지역에는 주민 반대 등으로 설치가 무산됐다.

예산 문제와 주민반대라는 게 동구의 설명이다. 동구 관계자는 “정비사업 등은 땅과 주택 소유주가 직접 신청해야된다. 소유주들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구청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예산문제도 동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김모씨는 “5·18 마을 되면 어떻게 도시가 발전 되는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 모르겠다. 동네가 발전하기 위해서 반대했다”고 말했다.

“오월마을 조성이 마을 발전에 저해한다”는 김모씨처럼 일부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오월정신계승이 번번히 무산됐다는 게 동구 관계자의 입장이다.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구청과 구의회는 태봉마을을 주남마을처럼 조성하고 가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광주 동구의회 박종균 의원은 “의회에서도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 일부 마을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아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마을주민과의 접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임택 동구청장은 “주남마을은 5·18 기념공간을 조성하고, 매년 5월이면 기억이 니은이 축제를 한다. 마을 진입 문제가 있어서 구청에서 도로를 확장하고, 주차장을 만들어 도움을 줬다”며 “배고픈 다리에서 주남마을과 태봉마을, 시내를 잇는 5·18 사적지 코스도 만들 생각이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2019년 방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5·18 당시 상황을 기록할 계획을 세웠었다. 5·18 사적지로서의 역사적인 역사문화마을로 조성해 나가면 좋을거라고 생각한다”며 “인문도시를 지향하고 있어 기념행사도 열고 싶지만, 일부 토지 소유자들이 역사 문화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데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다. 행정이 원한다고 무조건 추진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 청장은 “구청은 도시재생 차원에서 접근하고 재생 방향을 주민들한테 밝힐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주민들 동의가 없으면 안되는 부분이라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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