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신양파크호텔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또다시 공회전
의결한 타당성 조사 용역비 2억
예결위 최종 심사서 반영 안 돼
광주시 “25년도 안으로 재의결”
미술계 회의적 “접근성 떨어져”
입력 : 2024. 01. 22(월) 16:51
신양파크호텔. 전남일보 자료사진
옛 신양파크호텔 건물과 부지를 활용해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으로 조성하겠다는 광주시 계획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20일 광주시 요청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안에 ‘현대미술관 광주관’ 건립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비 2억원이 의결됐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최종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무등산 자락에 있는 신양파크호텔의 위치상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건립 당위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다른 지자체도 분관 유치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 또한 사실상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유치 계획이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의결한 올해 2024년도 예산안에는 광주시가 요청한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건립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예산 5억원 가운데 2억원이 최종 반영됐다. 하지만 상임위를 통과한 해당 예산은 지난해 12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추가 검토가 지연되면서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광주시가 국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시 내년 2025년 예산안으로 국회 심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신양파크호텔의 미술관 활용안이 좌초된 것은 아니고 내년 2025년 예산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지역에서 여론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양파크호텔은 경영난의 이유로 2019년 12월 폐업했는데, 주택 개발이 추진되자 무등산 난개발을 우려해 광주시가 370여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1980~90년대 광주 유일의 고급 호텔로서 한때 연회장소로 인기를 누리다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역사적 배경 또한 보존가치를 더했다. 생태정원 조성, 레지던스 창작소 운영, 교육공간 활용 등 다양한 안이 제시됐지만, 민선 8기 강기정 시장이 들어서면서 기존 호텔 활용 협의안을 백지화하고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유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미술계에서는 신양파크호텔이 미술관 위치로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다. 주위에 문화 환경이 전무하고 호텔로 들어서는 길도 1차선 도로인 지호로밖에 없다. 기존 국립현대미술관의 분관인 과천, 청주, 대전관 역시 도심 인근에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무등산 자락에 광주관을 유치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지역의 한 미술 관계자는 “광주의 미술사적 위상을 고려해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은 반드시 유치돼야 한다”면서도 “미술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기존의 문화 인프라와 위치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도심에 건립해야 관광 효과를 볼 수 있다. 신양파크호텔을 미술관으로 활용하기에는 접근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체부 자체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유치를 확정한 것이 아닌 상황에서 타당성 조사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방치 기간만 더 길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오는 2027년까지 옛 신양파크호텔 자리에 총사업비 800여억원을 들여 세계적 수준의 ‘현대미술관 광주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호남권 미술의 수장고 기능과 함께 미디어 아트·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융·복합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겠다는 복안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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