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유전자·윤승태>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서른 번째 기록-물범 기기 부착 관측 20주년 기념 심포지엄’
윤승태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입력 : 2024. 05. 15(수) 22:08
서울대공원의 점박이물범. 뉴시스
윤승태 교수
지난 4월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프랑스 니오르(Niort)에 위치한 쉬제 생물학 연구 센터(Centre of Biological Studies Chize, CEBC)에서는 코끼리물범 및 웨델물범 심포지엄(Elephant and Weddell Seals Symposium)이 열렸다. 본 심포지엄의 부제는 ‘남극해 해양 및 생태 관측 연구 20주년(20 years of observation of the Southern Ocean oceanographic observation and ecological studies)’으로 남극해에서의 물범 부착 관측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도 함께 겸하는 심포지엄이었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필자는 해양 포유류에 기기를 부착해 해양을 관측하는 것의 잠재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며, 그 관심도 또한 매우 높은 편이다.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물범 부착 자료를 활용한 남극 로스해에서의 융빙수 순환 연구’ 과제를 수행 중(2022-2025)이며, 극지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급격한 남극 빙상 용융에 따른 근미래 전 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기술 개발’ 과제(2023-2031)에서도 물범 부착 관측을 공동으로 수행 중이다.

필자는 다행히도 필자와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물범 행동 반응 연구를 수행 중인 동료 연구자가 본 심포지엄에서의 연구 발표를 제안해 준 덕분에 물범 심포지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2022년과 올해 남극 아문젠해에서 수행했던 웨델물범 부착 관측 결과가 운이 좋게도 구두 발표 연구로 선정되면서 심포지엄에 참석할 수 있었다.

지난 4월9일 인천 공항에서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장장 하루 반나절의 긴 이동 끝에 쉬제 생물학 연구 센터에 도착했다. 심포지엄이 개최된 장소의 규모는 국제 심포지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작았지만 20주년 기념행사에 걸맞게 해양 포유류 부착 관측계의 저명한 연구자들은 모두 만나 볼 수 있었다. 세계 최초로 물범 부착 관측을 시작했던 마이클 패닥(University of Saint Andrews), 국제 물범 관측 협력 그룹인 AniBOS(Animal Borne Ocean Sensors)의 공동 대표 중 한 명인 클라이브 맥마흔(University of Tasmania), 그리고 수많은 물범 부착 관측 논문을 출판한 크리스토프 기넷(CEBC), 마크 힌델(University of Tasmania) 등이 물범 관측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심포지엄이 소규모이다 보니 발표 중간의 커피 휴식 시간, 점심시간에도 이분들과 계속해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물범 관측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활발히 활용되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또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강조하고 있는 국제 협력 과제 개발에 관한 정보도 함께 공유함으로써 향후 국제 협력 과제 개발 가능성도 높일 수 있었다.

심포지엄 발표를 통해서는 최신 연구 동향 파악을 통해 물범 부착 관측 자료의 다양한 활용 방안(지형 파악, 조석 파악, 해수 특성 변화, 소리 정보 등등), 센서 개발 현황 등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일반 학회에서는 여러 제약 때문에 다루기 어려운 물범 관측이 가지는 한계점과 개선 방안에 관해서도 시간 구애 없이 자유롭게 토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필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하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물범 부착 관측에 대한 저변이 부족하고 관심도 또한 국외에 비해 낮은 편이다. 탄소 저감의 필요성이 나날이 강조되는 지금, 기후변화 연구도 관측 선박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갈 필요성이 있다. 다시 말해, 미래에는 친환경적 관측 방식인 무인 혹은 자연 즉, 해양 생물을 활용하는 방식이 선박 관측을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물범 부착 관측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앞으로 국내 물범 부착 관측의 발전과 국제 사회에서 국내 물범 부착 관측 그룹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친한 동료들에게 실험실 앞에 물범 동상을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해당 목표가 실현될 수 있을지 많은 독자분들께서도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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