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광주의 '기억'과 12·3 계엄의 '현재'가 시대 예술로 공명하다
●2025 민주인권평화전 '공명-기억과 연결된 현재'
8월17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민주항쟁·시위 현장 누빈 노래
시대 잇는 미술·음악 아카이브
사운드·미디어아트 5점 선봬
"예술로 표현한 참여의식 제고"
8월17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민주항쟁·시위 현장 누빈 노래
시대 잇는 미술·음악 아카이브
사운드·미디어아트 5점 선봬
"예술로 표현한 참여의식 제고"
입력 : 2025. 04. 27(일) 17:24

전시 ‘공명-기억과 연결된 현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들. 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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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미술관 제1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2025 민주인권평화전 ‘공명-기억과 연결된 현재’의 아카이브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20여곡이 플레이리스트로 구성된 음악이 울려 퍼지며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박찬 기자 |
이번 전시는 두 번의 계엄(1980년, 2024년)을 중심으로 인간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 합리와 희망의 공존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기획됐다. 음악을 소재로 한 아카이브와 권혜원, 성기완, 신도원, 양민하, 임용현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한 사운드·미디어아트 작품들이 전시 공간을 누빈다.
전시 제목에서 ‘기억’은 1980년 5월, ‘현재’는 지난해 계엄 사태를 의미한다. 핵심 주제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발언한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시 현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다채로운 음악 아카이브다. 아카이브전은 탄압과 통제가 예술 활동을 침범했던 1980년대와 이러한 무력이 재생되는 듯했던 2024년과의 연결을 음악으로 조명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 ‘오월의 노래’, ‘광주출전가’, ‘그날이 오면’ 등 당시 검열 대상이었던 노래를 포함해 20여곡이 플레이리스트로 구성돼 전시장 곳곳에 울려 퍼진다. 이를 통한 음악의 기억은 시공간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람객의 정서적 참여를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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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명-기억과 연결된 현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들. 박찬 기자 |
권혜원 작가의 ‘바리케이드에서 만나요’는 19세기 파리에서 시작된 바리케이드의 의미를 현대 시위 현장과 연결해 저항과 연대의 정서를 영상과 사운드로 구현한 작품이다.
성기완 작가의 ‘HLKG518 여기는 라디오 광주’는 1980년 5월18일 광주에서 시작해 미래로 전파를 쏘는 가상의 디지털 라디오라는 설정을 담았다. 역사와 현재의 메시지를 연결하는 라디오 설치작품으로 관객들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시간의 간극을 넘는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신도원 작가의 작품 ‘너-기억의 투영’에서 반투명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과 음향은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진다. 관객 스스로가 해석의 주체가 돼 기억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체험에 몰입할 수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4m 높이의 목재 프레임으로 세워진 대형 인터랙티브 설치작품도 눈길을 끈다. 임용현 작가의 ‘발화의 등대’는 관객의 목소리를 감지해 빛으로 반응한다. 등대 오른편에 자리한 대형 시계는 목소리에 따라 과거로 역행하기도 하고 순리대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민주주의를 일굴 수 있는 건 결국 시민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1980년대 광주와 2024년의 뉴스를 학습한 인공지능(AI)이 생성해 낸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된 설치작품도 만날 수 있다. 양민하 작가의 ‘그대와 그대의 대화’는 기계가 재현한 인간의 기억을 통해, 감정과 서사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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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완 작 ‘HLKG518 여기는 라디오 광주’. 박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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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원 작 ‘너-기억의 투영’. 박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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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현 작 ‘발화의 등대’. 박찬 기자 |
윤익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음악과 미술을 통해 예술이 가진 보편성의 가치를 재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예술가들과 시민들의 사회적 발언과 참여의식을 경험할 기회”라며 “5·18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이해 광주시민들과 광주를 찾는 국내외 방문자들이 우리 시대의 아픔과 이를 극복한 오월정신에 대해 공감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