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공개매수가 또 인상…금감원 메시지 불구 '승부수'
입력 : 2024. 10. 11(금) 10:33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인상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금융감독원이 과도한 공개매수 가격 경쟁에 대해 분명히 경고했지만, 최 회장 측은 이에 게의치 않고 지분 싸움 승기를 잡기 위해 가격 인상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감원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어, 최 회장 측의 이번 공개매수 가격 인상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는 경영권 분쟁의 상대방인 영풍 측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83만원보다 6만원(7.2%) 더 비싼 것이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이 최대주주로 는 제리코파트너스도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종전 주당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율 1.85%를 보유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최 회장 측이 이처럼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금감원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경쟁 과열에 대해 우려를 내비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최 회장 측의 위기감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영풍 측과 똑같은 가격을 제시했다가는 지분 싸움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에 금감원의 엄중 경고에도 불구, 지분을 1주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가격 인상을 선택했다는 진단이다.

이제 문제는 이미 공개적으로 경영권 분쟁 과열을 경고한 금감원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다.

금감원이 최 회장 측 가격 인상을 기업 가치와 동떨어진 과도한 가격 경쟁이라고 판단할 경우, 최 회장 측은 불공정거래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미 지난 8일 임원회의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 “상대 측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될 경우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또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 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개매수 과정뿐 아니라 이후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철저히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의 발언 하루 뒤인 9일 영풍 측은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최 회장 측 가격 인상 여부와 상관없이 기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이날 금감원의 방침과 상관 없이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택했다. 최 회장 측의 이번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곽지혜 기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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