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박안수>청백리(淸白吏)와 청문회(聽聞會)
박안수 경제학박사·칼럼니스트
입력 : 2025. 07. 20(일) 17:50
요즘 남부지역 동네 골목 울타리에 만개된 능소화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꽃은 예전 지조와 절개 그리고 명예의 꽃말로 양반가에서만 식재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과거시험 장원 급제자 관모에 능소화 모양의 어사화가 하사되기도 하였다.

오십여 년 전 당시 대학 입시에 면접이 있었다. 면접 서너 문항 하나에 조선시대 청백리 뜻과 대표적 청백리를 물었던 기억이 있다.

청백리(淸白吏)는 조선시대 재물에 대한 욕심 없이 곧고 깨끗한 관리로 2품 이상의 당상관과 사헌부·사간원의 수직(首職)들이 추천하여 뽑았던 청렴한 벼슬 관리를 칭한다.

일제강점기 강효석 ‘전고대방(典故大方)’에서는 총217명이 녹선(錄選)되었다고 전한다.

지난 주말 담양 관방제림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그저 조선시대 담양부에서 조성했거니 생각을 했다.

입구 안내판을 자세히 보니 조선 인조26년 계서(溪西)성이성 담양부사가 매년 홍수에 강둑이 범람했던 피해를 막고자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후 철종 때 황종림부사가 연간 3만 명이상의 인원을 동원해 유지·보수를 하였다.

주로 토종나무인 푸조나무를 비롯하여 느티나무. 팽나무 등 420여 그루 모든 나무에 번호표가 붙여 있었다.

2㎞남짓에 이르는 산책로는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그늘로 한여름 탐방객 발길을 모으기에 충분하였고 산책길로 안성맞춤이다.

여사한 사례로 신라진성여왕 때 고운최치원이 경남함양태수시절 함양읍서쪽 위천 냇가의 범람을 막고자 호안림(護岸林)으로 조성한 함양상림숲이 있다.

계서성이성부사는 굳은 절개와 청렴한 관직으로 조선숙종 때 청백리에 녹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사가 출생했던 경북봉화군은 호남지역 암행어사 직을 여러 해 수행하여 작자 그리고 연대미상인 춘향전에 실린 한시(詩)와의 관련설을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는 듯 보인다.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바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중략) 즉 황금 술잔에 담겨 있는 맛좋은 술은, 천명 백성의 피요. 옥쟁반에 담긴 맛있는 고기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몇 해 전 추석연휴 한국사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한 손자와 함께 장성군 황룡면 호사마을야산 아곡박수량님 산소와 백비(白碑)를 참배했다.

청백리에 2회나 녹선된 박수량님은 부모님 봉양을 위해 전라도고부군수를 거쳐 형조·호조판서 관직에 있는 동안 그의 청렴결백을 측정할 수 없어 명종임금께서 유일무이한 호패형 백비를 하사하였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황희·맹사성과 함께 조선의 3대 청백리로 과거 유력 대통령후보도 백비 참배를 강행하곤 하였다.

또한 장성출신 멈춤을 아시는 지지당(知止堂)송흠님은 새로운 임지 부임 시 말 8마리가 지원되었음에도 단 3마리 말만 사용했던 수령으로 별칭 삼마태수(三馬泰守)로 유명하다.

재물을 탐하지 않는 청렴결백함으로 여러 차례 청백리에 녹선되었다고 전한다.

관직이 끝나고 낙향하자 중종임금은 기영정(耆英亭)이라는 정자까지 하사하였다.

내 고장 7월이면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일제강점기 민족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이육사(원록.원삼)님 고향, 경북안동시 서애(西厓)유성룡님도 청백리에 녹선 되었다.

여러 차례 이순신장군을 천거하였고 임진왜란 7년간 전란의 참혹과 피폐, 그리고 후일 대비책을 엮은 징비록(懲毖錄)은 TV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

전란 후 선조임금의 부름도 뒤로 한 채 낙향하여 병산서원을 건립하고 후학을 양성하는데 여생을 마쳤다.

이제 새로운 정부의 국무위원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청문회(聽聞會)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내용을 듣고 그에 대하여 물어보는 모임’으로 국가 기관에서 입법 및 행정상의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이해관계인이나 제삼자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열린다.

국민 추천까지 도입되어 그 지위에 맞는 정책 수행과 능력이 출중한 인사가 지명되었을 것이다.

청문회 실효성과 보고서 채택에 대한 의문은 숙제로 남겨두고 훌륭했던 청백리를 표상 삼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이 수행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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