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잿더미 될 뻔…무등산 증심사 화재
인명·문화유산·보물 피해 없어
산행 나선 등산객들 대피 소동
우수관 용접 중 불꽃 튀어 화재
입력 : 2024. 09. 29(일) 18:33
광주 동구 운림동 무등산국립공원 내 증심사 공양간에서 29일 오전 불이 나 출동한 소방대원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민현기 기자.
29일 휴일을 맞아 무등산에 가을 정취를 만끽하려는 등산객들이 몰린 가운데 무등산 내 광주 대표 사찰인 증심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등산로 일부가 통제되고 등산객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광주동부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께 광주시 동구 운림동 증심사 내 공양간(식당)과 행원당에서 불이 났다.

소방 당국은 중장비와 소방헬기까지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여 화재 발생 3시간여 만인 오후 12시40분께 큰 불을 잡았다. 하지만 화재 발생 건물이 목조 기와 건물이어서 기왓장을 뜯어내며 불을 꺼야 해 완진까지 시간이 지체됐다.

이 불로 인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식당과 행원당으로 쓰이던 건물 1개 동(연먼적 165㎡)이 전소됐다.

불이 난 지점과 인근 건물들인 지장전과 대웅전 등이 화재에 취약한 목조 건물로 지어졌고, 주변 나무 한 곳으로라도 불이 옮겨붙었더라면 대형 화재로 연결될 위험이 있었으나 다행히 소방당국의 신속한 대처로 불이 옮겨붙지는 않았다.

증심사가 보유하고 있는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나 오백전, 석조보살입상 등 문화유산·보물 피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화재 보험에 가입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 당국은 당시 공양간에서 이뤄지고 있던 빗물받이 용접 공사 도중 불꽃이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튀면서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휴일을 맞아 가을 산행에 나선 등산객들은 황급히 대피하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등산이 취미지만 유독 이번 여름 폭염이 극심해 산을 오르지 못해 설레는 가슴으로 무등산을 찾은 전환희(29)씨는 “아침부터 등산 동아리 모임 단체 대화방에 드디어 등산 간다고 자랑까지 했는데, 산에 오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 넘어로 새까만 연기와 불길이 보여 공포감에 휩싸였다”며 “다행히 큰 불로 이어지진 않았다니 다행이다”고 한숨을 돌렸다.

대한불교조계종에 속한 절로 1984년 광주시 문화재자료 제1호로 지정된 증심사는 860년 통일신라 말기 사자산문을 열었던 철감선사 도윤이 창건한 이후 여러 차례 화마에 휘말렸지만 여전히 굳건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사건사고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