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 "K-Food를 견인해온 근원이 남도음식 아닐까"

K-Food의 속살
음식과 언어는 같은 알고리즘 비유하여 말하면
K-Food는 한국의 언어이고 한국의 소리고 한국의 몸짓이라 할수있다

문화관광부 등 정부에서는 K-Food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우리말 '한식'을 영역한 것이 'K-Food'이다. 하지만 한글과 영문의 결이 좀 달라 보인다. 남도음식 또한 마찬가지다. '한식(韓食)'은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나 식사를 말하는 것인데, 지금 논의되는 K-Food를 딱히 그렇게 정의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음식문화가 식료에 한정되거나 시대에 묶여있지 않고 시절 따라 기호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지금 서구화된 우리의 식단이 그렇고 세계인의 기호 음식이 된 커피 사례가 그렇다. 주지하듯이 K-Food가 부상한 것은 한류(韓流) 즉 K-Culture의 붐업에 따른 것이다. 초기에는 'Korean wave'라 하다가 아예 '한류(Hallyu)'로 통용되고 있다. 김기덕은 K-Pop을 비롯한 대중문화 중심의 문화 한류, 전자산업 등의 경제 한류, KOTRA가 제시했던 비즈니스 한류 등의 개념으로 나눈다. 2008년 10월 '한식의 세계화'를 선포하고 세계 5대 음식으로 발전시키는 계획 등 국가적인 노력이 경주되었다. 2013년에 개최된 '제1회 한식의 날 행사기념 보고서'에서 "김치, 장(醬) 등 발효식품의 중요성과 미래음식의 비전을 제시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앞서 고안된 한브랜드 곧 한스타일 네이밍(이름짓기) 전략을 승계한 개념이다. 한국의 전통문화들을 하나의 총체적 브랜드로 통합하여 한글, 한식, 한복, 한옥, 한지, 한국음악 등 6개의 개별 영역들의 체계적인 홍보와 위상 정립, 나아가 국가 이지미 향상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전통문화의 세계화를 꾀하기 위해 고안된 것들이다. 이를 위해 후각, 미각,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의 활용이 주문된다.

초코파이는 K-Food일까 아닐까?

꼭 전통문화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김도현이 K-Food관련 논문에서 종횡의 한식 사례를 보고했다. 오리온은 2018년 해외시장에 초코파이 23억개를 판매해 4,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베트남에선 초코파이가 제사상에 오를 만큼 인기가 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한식 통합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워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대상은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 브랜드와 종가집 김치 등을 미국과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K-Pop과 드라마 등을 합치면 셀 수도 없는 장르와 콘텐츠들이 한류를 견인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핵심에는 여지없이 김치와 장(醬) 등 발효식품이 먼저 거론되거나 전제된다는 점 우선 체크 해 둘 필요가 있다. 다양한 보고서와 매체에서 이구동성 발언하는 것은 K-Food 또한 한류의 중심일 수 있다는 선언 혹은 희망인 듯하다. 2022년 올해 여수에서 개최되는 남도음식문화큰잔치의 심포지엄 또한 이런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1994년부터 2022년까지 28년째이니 유서 깊은 행사다. 어쩌면 K-Food의 부상을 견인해온 근원이 남도음식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깊이와 폭이 크다. 지난해 2021년 김영록 도지사가 발언한, "대한민국 음식문화의 중심인 남도음식은 예로부터 향토의 맛을 간직한 우리 고유의 음식으로 유명하다. 앞으로 남도음식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남도음식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전파해 그 가치를 드높일 것"이라는 비전 선포도 이를 말해준다. 궁금하다. 남도음식의 무엇이 대한민국 음식의 중심일까? 전 세계에 전파해 드높일 가치는 도대체 무엇일까? 막연히 남도음식이 K-Pood의 핵심이었으면 하는 기대감일까? 단적으로 질문하여 베트남 제사상에 올라간다는 초코파이는 한식일까 아닐까? 남도음식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너무 많으므로 본 지면에서는 생략하고, 다음 기회를 마련하여 몇 차례 풀어쓰기로 하겠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

음식에 대한 해석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 그 안에 깃든 속성의 관계를 살필 때 가능하다.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는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음식을 선택하는 기준은 음식 자체의 본질이 아니라 인간의 근본적인 사고 유형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어떤 음식을 선호하는가 기피하는가의 차이는 그 음식이 전달하는 메시지나 상징적 의미에 의해 좌우된다. 언어로 바꾸어 말하면 소쉬르가 제안했던 랑그와 빠롤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 또한 생태적 배경이나 환경을 토대 삼지 않고는 얘기하기 어렵다. 한경란은 고전 속 음식 이야기를 소재 삼아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우주의 기, 인간의 본성, 사회의 질서 등과 조화를 이룬다는 관념을 음식에 내재화시킨다. 즉 음식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신의 관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실체로 나타난다.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인 사유의 체계를 설명할 때 음식이 유용하게 활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레비스트로스가 제안한 날것과 익힌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 아닐까 싶다. 지난 칼럼에서 다루었던 젓갈 사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음식을 매개 삼은 구조주의의 셈법을 소쉬르의 언어학으로부터 가져왔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즉 음식과 언어는 알고리즘이 같다. 비유하여 말하면 K-Food는 한국의 언어이고 한국의 소리이며 한국의 몸짓이다. 여기까지 말하면 한국음식을 어떻게 인문학적 시선으로 접할 수 있을 것인가 단서가 보일 것이다. 2013년 문화관광부에서 펴낸 'K-FOOD' 홍보물 카피를 보면, '맛과 건강, 그리고 자연의 결합'이라는 제목이 두드러진다. K-Food의 핵심이 그렇다는 뜻이다. 용례로 김치를 비롯해 비빔밥, 불고기, 보쌈, 잡채, 해물파전, 막걸리를 소개하고 있다. 이를 풀어 설명한 것이 '맛의 조화, 건강, 그리고 자연'이다. 초코파이를 K-Food의 중요한 자원으로 보는 시선도 있을 것이고, 간장 된장 등 발효음식을 자원으로 보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철학적 준거와 세계인들을 향한 메시지 아닌가 생각한다. 이전 내 칼럼들에서 슬로푸드와 슬로라이프, 소리와 몸짓들에 대해 풀어쓴 이유도 이것과 연결된다. 대답이 어려우면 기본으로 돌아가면 된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당신을 만든다.

남도인문학팁

K-Food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맨부커 국제문학상을 받았던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한 얘기다. 아내가 육식의 폭력성을 깨닫게 되는 것은 가부장제 가족 단위에서 행해지는 폭력을 통해서이다. 김재경이 <여성문학연구> 논문에서 잘 풀어썼다. 아내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문 개를 잔인하게 죽이고 그 개를 딸에게 먹인다. 아버지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 자란 자식에게 거침없이 폭력을 행사한다. 어머니도 딸에게 고기를 먹이면서 "니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세상이 너를 잡아먹을 거다"라고 한다. 육식이 갖는 공격성과 채식이 갖는 수동성을 지적한 것이다. 소설에서는 육식과 채식의 대립으로 풀어 썼지만, 음식 전반으로 확대해보면 보다 의미심장한 속살들이 보인다. 그래서다. 지금 K-Culture의 부상에 따른 K-Food가 세계로 확산되고 있지만, 도대체 한식(韓食)의 무엇을 드러내어 재구성하며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그 음식은 어떤 배경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인류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인가 등을 문제 삼을 필요가 있다. 문명의 곡절, 문화의 굽이굽이 세계 도처에 스며든 음식문화의 정수가 어디 한식만 있겠는가.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따위의 국수주의적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부터 다잡아두기 위해 이 글을 써 둔다. 반복하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먹은 음식이 나를 만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