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현장 누비는 '광주서부경찰 女 투캅스'

'경력 21년 베테랑' 배주연 형사
'위험' 무릅쓰고 형사과 지원
'검도 국대 출신' 정선아 형사
어릴적 키워왔던 '형사의 꿈'
지난 8월부터 마약 사건 전담
"서로에 둘도 없는 최고 파트너
팀원 전원 女 강력팀 만들고파"

광주 서부경찰 형사과 강력5팀에서 근무 중인 정선아 형사(왼쪽)와 배주연 형사. 강주비 인턴기자
광주 서부경찰 형사과 강력5팀에서 근무 중인 정선아 형사(왼쪽)와 배주연 형사. 강주비 인턴기자

"저희를 시작으로 지역의 '여형사' 계보가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광주 서부경찰 로비에서 만난 배주연 형사와 정선아 형사는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서로를 '둘도 없는 파트너'라고 칭하는 이들은 서부경찰에 단 둘뿐인 '여형사'다. 지난 8월부터 서부경찰 형사과 강력5팀의 일원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베테랑인 배 형사는 21년 전 경찰로서 첫발을 뗐다. 당시만 해도 여경은 매우 생소했기에 '경찰이 되겠다'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그러나 '사람들을 가까이서 돕고 싶다'는 신념 하나가 그를 경찰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배 형사는 "20여 년 전에는 여경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여성에게 경찰의 문이 매우 좁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열 번 두드리면 안 열리는 문 없다'는 생각으로 계속 도전했다"고 말했다.

배 형사는 경제팀, 여성청소년계, 교통과 등 거의 모든 수사과를 거치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나갔다. 이제 그에게는 '여경' 대신 '실력 있는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하지만 그런 배 형사에게도 '형사과'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했다.

배 형사는 "21년이나 근무했지만 형사과에 들어가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부경찰 형사과에 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바로 지원했다"면서 "가족들이 형사과는 '위험하다'며 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경에게 형사과 문은 자주 열리지 않다는 걸 알기에 기회가 있을 때 가야 했다"고 답했다.

배 형사의 굳은 의지에 결국 가족들도 손을 들었다. 그는 지난 8월부터 마약 사건을 전담하는 강력5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련한 배 형사라도 혼자 힘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팀워크'가 중요한 강력 사건의 경우 더욱 그렇다. 특히 '여형사'로서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필요했다. 배 형사는 '그 역할을 정 형사가 해주고 있다'며 흐뭇한 표정으로 정 형사를 바라봤다.

정선아 형사는 지난해 경찰에 입문해 올 8월 배 형사와 함께 강력5팀으로 발령받았다. '검도 국가대표 출신', '무도 특채' 타이틀을 가진 정 형사는 2020년 치러진 '제16회 경찰청장기 전국일반검도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실력자이기도 하다.

통상 국가대표 선수들은 은퇴 후 코치나 감독이 되는 수순을 밟지만, 정 형사는 경찰이라는 조금 색다른 길을 택했다. 그 배경에는 정 형사의 '어릴 적 꿈'이 자리하고 있다. 정 형사는 "한때 경찰을 꿈꿨지만 운동을 시작하면서 (그 꿈을) 자연스레 접게 됐다. 그런데 은퇴하고 나니 경찰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무도 특채 공고가 나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정 형사는 말 그대로 '발로 뛰는' 형사다. 발령 후 첫 마약 구속 사건을 맡았을 때 피의자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새벽 2시에 호텔 지하 주차장부터 18층까지 샅샅이 뒤졌다. 또 그 주변 구석구석을 탐문하며 CCTV를 분석해 추적 수사를 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마약 투약이 추정되는 피의자의 위치를 특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두 사람은 이제 '여경'이나 '여형사'가 아닌 그냥 '형사'로서 자연스레 강력5팀에 녹아들고 있다.

배 형사는 "남자들끼리만 있다가 갑자기 여자와 같이 일하게 되니 팀원들도 불편한 게 없지 않을 거다. 그런데도 늘 배려해줘서 빠르게 팀에 적응할 수 있었다"며 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이어 배 형사는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업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여성 피의·피해자 신변과 인권 보호가 그렇다"면서 "지금은 단 두명뿐이지만, 훗날 모든 팀원이 여성인 강력팀을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정 형사 역시 "이제 막 시작해 부족한 점이 너무 많지만, 5년 동안 갈고 닦아 베테랑 형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광주에서 활동 중인 여형사는 총 5명(본청 마약수사대 1명·동부서 강력팀 1명·서부서 강력팀 2명·북부서 형사팀 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