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롭고 당당한 삶으로 겨레의 별이 된 사람들

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 살림터 제공
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 살림터 제공

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

김남철 | 살림터 | 1만8000원

'의병'이라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구한말 등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익숙한 이름은 역사책에 나오는 몇몇 유명한 의병장 정도다.

국난 앞에서 의연하게 일어서서 이름 없는 꽃처럼 스러져갔지만, 면면히 흐르는 역사를 지켜 온 의병을 이끌고, 의병을 돕고, 의병에 참여한 많은 이들, 정작 그 자취는 우리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부는 후손들이 연고지에 사당이나 당우(堂宇)와 비석을 세워 그들의 행적을 기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세인들의 관심 밖에서 묻히고 잊힌 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역사교사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김남철의 신간 '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는 의롭고 당당한 삶으로 겨레의 별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지역 곳곳에 담긴 의병들의 이야기,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이들의 행적과 함께 무관심과 외면 속에 방치되고 잊혀진 의병들, 그 가운데서도 남도의병들의 자취와 행적을 되살렸다. 오랜 세월 현장을 답사하고, 후손들을 만나서 묻고, 문헌 자료들을 찾아보며 힘든 여정의 결과다.

책은 49꼭지의 글을 통해 60여 명이 넘는 남도 의병들을 지역에 따라 일곱 부분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산골 유배지에서 의병에 참여한 이, 부부가, 부자(父子)가, 가족이 모두 의병에 나선 이, 시묘살이를 마친 후 진주성으로 달려간 형제, 대를 이은 의병 명문가 의병장, 부랑자들을 모아 의병으로 탈바꿈시킨 이, 막대한 재산을 의병 결집에 제공한 의병장, 의병을 일으켜 학행일치를 펼친 이, 안타깝게 공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까지… 한 사람 한사람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대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선 많은 이의 숨결과 마음마저 생생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조총을 개발해 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장군, 화차를 개발한 국방과학의 선구자, 전쟁포로에서 일본 주자학의 아버지가 된 선비 등 익히 알려진 이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나라가 일촉즉발의 위태한 상황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의병장과 그 가문 사람들의 정신도 새겨 볼 수 있다.

특히 5부 영암·강진·해남에서는 명량대첩을 승리를 이끈 여성 의병 어란을 통해 의롭고 당당하게 외세에 맞선 갸냘픈 민초의 용기와 열정을 보여준다. 저자의 말대로 '어란'의 삶은 자신의 희생으로 나라를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던진 의병의 삶 그 자체였다.

'임진의병에서 한말의병, 독립항일운동과 현대의 민주운동에 이르기까지. 이름을 날린 의병장보다 이름 없이 의병 활동에 참여한 이들을 알리고 기리는 것이야말로 후세들의 책무이면서 역할'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