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71> 사진가가 시작하는 열하일기

박하선
박하선

압록강을 바라보고 있다. 연암 박지원은 고려시대에 지어진 의주의 통군정에서 압록강을 바라보면서《열하일기》를 시작하고 있지만, 나는 지금 강 건너 중국쪽에서 압록강을 바라보면서 시작한다. 시대의 차이는 있다지만 같은 강이다. 그러나 바라보는 연암과 나, 두 사람의 심정은 다를 것이다. 그리운 땅을 눈앞에 두고도 갈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것이 나라면, 연암은 눈 앞에 펼쳐지는 드넓은 땅을 바라보며 새로운 것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압도적이었을 것이다. ......

나는 중국 쪽 호산장성에 올라 망원렌즈로 통군정을 찾아보다가 유람선을 탔다. 연암 일행이 출국 수속을 밟고 배를 탔다는'구룡나루'를 먼발치에서라도 바라보기 위해서다. 정말 초라하고 고요하다. 강기슭에 풀들만 무성하고 작은 보트 한두 척 보이는 것이 전부다. 그러니까 출입국관리소가 있었던 구룡나루의 오늘날 모습이다. 욕심 같아서는 지척에 있는 통군정까지 올라가 보고 싶지만 이를 어쩌랴. ......

-《사진가와 열하일기》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