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관계 개선, 총론보다는 각론이 중요하다  

강제징용 가해 기업 처리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규정하며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한일 관계를 조속히 복원하려는 의지의 피력으로 읽힌다. 김대중 -오부치 선언의 계승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1998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으로, 미래 지향적 관계를 담고 있다. 이날 경축사는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지 77년이 지난 현재 한국 정부가 지향하는 대일본 외교 노선에 대한 천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한일 관계의 빠른 회복과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큰 틀의 총론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양국 정부가 현재 직면한 특정 외교 현안인 각론 처리를 놓고 입장차를 보이는 순간,총론이 유야무야 되는 전례가 많은 게 문제다. 목전에 다가온 양국 현안중 하나가 강제징용 가해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다. 이 문제 관련 일본 정부는 한국이 먼저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으라며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우리 정부는 민관협의회를 통해 국내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 양국이 해법을 찾지 못하면 관계 개선도 멀어진다 . 또한 내년 봄께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도 향후 양국 관계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일본 도쿄전력은 지난달 22일 방류계획에 대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인가를 받았다. 이 두 외교 현안 모두 공을 넘겨받은 쪽은 우리 정부다. 정부는 관계 개선이라는 외교 성과만을 중시해 저자세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일본 정부와 국제사회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시대 정신과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과제다. 양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이 더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