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두 얼굴

김성수 정치부장

김성수 부장
김성수 부장

'오뉴월 장마에 돌도 큰다', '오뉴월에 오이자라듯 한다'는 속담이 있다. 오뉴월, 이 시기에 식물이 잘 자람을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오뉴월은 음력이므로 양력으로는 육칠월인 셈이다. 이때쯤이면 우리나라는 장마철에 접어들고 많은 비가 내린다. '오뉴월 장마'는 개똥장마라고도 불렀다.

이 말은 개똥은 더럽고 하찮다는 뜻이 있지만 과거 우리 조상이 농사를 지을 때 거름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던 것처럼 필요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긴 장마로 피해를 보지만 농사에 필요한 비를 내려주니 꼭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기상학적으론 6~8월 우리나라 남동쪽에 있는 북태평양고기압(고온다습)과 북동쪽의 오호츠크해고기압(한랭건조) 사이에서 정체전선이 형성되면서 내리는 비가 장맛비다. 이렇게 형성된 장마전선은 오르락내리락하며 비를 뿌린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장마에 대한 모든 '공식'이 깨졌다.

'지루한 장맛비'라는 과거 공식 대신 시간당 100mm 안팎의 '흉포한 폭우'를 몰고 왔다.

'8월 장마'가 서울 등 중부를 강타하면서 피해를 입혔다. 시간당 1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날 현재 '기록적 물 폭탄'으로 사망·실종자만 20명으로 증가했다.

중부권에 물 폭탄을 뿌렸다면 남부는 마른장마로 인해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완도 등 일부 섬 지역은 제한급수에 들어간 지 6개월째다.

1∼7월 광주·전남 지역 누적 강수량은 490.9㎜로 평년(817.2㎜)의 60.1% 수준이다.

광주·전남 식수원의 저수율은 지난 12일 오전 7시 기준 섬진강댐 22.1%, 주암댐 31.4%, 장흥댐 42.1%, 평림댐 37.8%, 동복댐 26.5% 등으로 대부분 한 달 넘게 경계 단계를 유지 중이다.

농심도 타들어가고 있다. 폭염이 잇따르면서 농수축산 분야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한 쪽은 폭우로, 한 쪽은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장마의 두 얼굴'인 셈이다. 장마전선이 얇은 띠 형태로 발달했기 때문에 이런 양극화 현상은 향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또 비 예보가 있다. 이번에도 많은 비가 예상된다. 더 이상 중부지역에 피해가 없길 기원하며 남부지역엔 많은 비로 가뭄이 해소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