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71-1> "5세 어린이에 필요한 건 학교 교육 아닌 보육"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
“조기 사교육 조장·현장준비 안돼”
광주·전남 조기 취학자 매년 줄어
‘코로나 베이비’ 학습 능력 저하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5세로 낮추는데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교육부가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며 한발 몰러선 상태지만, 반발 움직임은 여전하다. 만 5세 입학 반대하는 피켓을 든 학부모. 뉴시스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5세로 낮추는데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교육부가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며 한발 몰러선 상태지만, 반발 움직임은 여전하다. 만 5세 입학 반대하는 피켓을 든 학부모. 뉴시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두고 논란이 연일 뜨겁다. 무엇보다 학교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교육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다. 교육부가 뒤늦게 공론화 작업에 나섰지만, 반발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29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대통령 업무보고'다. 오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이 업무보고에 포함되면서다. 교육부가 학제 개편을 들고나온 배경은 '모든 아이가 더 일찍 나라에서 제공하는 질 높은 교육을 받게 해서 격차를 없애려는 것'이다.

반발이 상당하다. '사교육 심화 우려'와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 등이 반발의 이유다.

두 살 된 아이를 둔 30대 류모씨는 "정부는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낮추는 게 엄마들의 부담을 덜어내는 거라 착각하고 있다"며 "엄마들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 돌봄 문제로 경력 단절 위기에 부딪힌다. 결국 질 좋은 돌봄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찾는 게 학원 뺑뺑이다. 만 5세 입학은 사교육을 더욱 조장하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된 반발에 정부는 학제개편안 발표 일주일만에 "학부모와 교사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교육부는 가칭 '국가책임교육강화추진단'을 꾸려 취학연령 하향과 관련한 공론화 작업을 진행하겠단 방침이다. 하지만 별다른 고민 없이 내놓은 교육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만 5세 입학연령 하향' 정책은 이전 정부에서도 저출산 등 인구감소 문제 해결방안으로 논의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한때는 '조기입학'의 하나로 '만 5세 입학'이 법적으로 허용된 적도 있지만, 정착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현재도 '만 5세가 된 해의 다음 해 3월1일 입학'을 허용하는 조기입학이 시행 중이지만 인기가 없다.

지난해 KEDI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전체 초등학교 취학자 42만8405명 중 조기입학자는 537명(0.125%)에 그쳤다. 최근 5년간 광주·전남의 조기입학자 역시 극소수였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 지역 조기 취학자 수는 2018년 36명(0.25%), 2019년 29명(0.19%), 2020년 16명(0.12%), 2021년 14명(0.10%), 2022년 17명(0.13%)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전남 지역 조기 취학자 수는 2018년 35명(0.22%), 2019년 27명(0.17%), 2020년 14명(0.10%), 2021년 23명(0.17%), 2022년 21명(0.15%)다.

조기입학이 인기가 없는 건 학습 능력 등 면에서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코로나 베이비'의 조기입학에 반대 목소리가 크다.

교육부 방침대로 2025년 만 5세 입학 시행 첫 세대인 2019년 이후 출생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능·언어 발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보육시설 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거리두기 탓에 놀이 위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탓이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인 이모(35) 씨는 "지난 2년간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코로나로 인해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신체 발달은 과거보다 빨라졌다고 해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나 정서적인 발달은 전보다 많이 떨어졌다. 당장 화장실이나 식사 등 생활면에서 신경 써야 할 게 늘면서 교사가 보육할 판"이라고 했다. 그는 "만 5세에 필요한 건 학교 교육보다 보육"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