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빈자리 커… 가정에서 끔찍한 화재 없었으면"

5일 8시30분께 동구 계림동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가족 중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소방 관계자가 사고 경위를 브리핑 중이다.
5일 8시30분께 동구 계림동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가족 중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소방 관계자가 사고 경위를 브리핑 중이다.

"엄마가 지난해 뇌출혈 관련 지병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하고 계셨어요. 그럼에도 7월엔 병원에서 상태가 정말 좋아졌다고 말해 모두가 기뻐했는데… (이번 화재로) 너무 허무하게 가신 것 같아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어요."

지난 5일 광주 동구 계림동 한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중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은 비극이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현장 감식결과, 거실 TV 뒤편에서 전기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건물은 광주시도시공사가 진행하는 매입임대주택사업 대상지다.

현재 피해 가구들은 화재보험에 따라 다른 건물을 소개받아 머물고 있는 상태다.

가족 중 한모(23)씨는 사고 당일 화재가 발생한 거실이 아닌 방에 있었기에 화마의 손길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20일 만난 한씨는 수척한 얼굴이었다. 사고가 발생한지 보름 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그날만 생각하면 상황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당시 한씨가 아빠의 비명소리를 듣고 거실을 들여다봤을 때는 이미 불길이 치솟아 있었다. 방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 창문을 통해 탈출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다.

한씨는 연기로 뒤덮여 깜깜했던 것이 가장 무서웠다고 기억했다.

그녀는 "지금 새집으로 옮겼는데도, 불을 켜둔 채 잠자리에 든다"며 "화재가 난 날, 마지막 창문 밖에 달린 실외기로 탈출하기 직전까지 아예 한치 앞도 볼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한씨는 사고 이후 동부경찰서에서 마련해준 임시 숙소에서 지내다가 광주시도시공사 안내에 따라 지금의 집으로 다시 거처를 옮긴 상태다.

심리상태가 불안정해 최근에는 광주동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상담도 받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재학 중이던 대학을 다시 갈 만큼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비어버린 엄마의 자리를 떠올리면 여전히 무너져 내린다. 엄마의 빈자리가 실감이 나질 않아 지금 상황이 꿈이라고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한씨는 "아침에도 엄마 생각에 눈물이 났다. 전날 밤 고구마 사러 가자고 대화했던 것이 마지막 기억이다"며 "친척분들이 걱정되는 마음에 같이 있어 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혼자 있으니깐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여전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중인 아빠와 남동생 걱정도 한씨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한씨는 "아빠는 머리와 허리 쪽을 크게 다쳤다. 병원에서도 위험한 수술이 될 것이라 해 걱정이 많다"며 친구 같았던 남동생과 관련해서는 "동생이 화상을 심하게 입었다. 어느 날은 열이 40도까지 올라 너무 덥다고 하더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씨는 이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풍기를 사러 여러 전자제품 가게를 돌아다녔는데 철이 지나 팔지 않았다"면서 "동생이 얼른 회복해 예전처럼 같이 핸드폰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청난 불행이 일시에 찾아왔지만 주변의 소소한 정으로 인해 절망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씨 가족은 집이 전소돼 옷, 이불을 포함해 가구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씨는 "약값 말고는 살림을 마련하는데 돈 쓴일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

그녀는 "소방서, 경찰서, 구청, 상담기관, 동생의 모교인 숭의과학기술고 등 여러 곳에서 도움을 줘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씨가 이번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다른 사람은 가정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녀는 "트라우마가 됐는지, 가스레인지나 전기밥솥을 이용하는 것도 무섭다"며 "다른 분들은 항상 전기코드, 가스벨브와 같이 화재에 위험한 부분을 항상 점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굿네이버스는 한씨 가족 중 남동생의 전문 화상 치료비를 위한 후원금을 모집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광주에서 1차적인 치료가 끝나면 이후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치료비 말고도 교통비, 생활비 등 장기적인 후원이 필요하다"며 "작은 관심으로 한순간 어려움에 처한 가정에 희망을 줄 수 있다. 후원 문의는 (062-376-6566)로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