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재정권 확보ㆍ중앙정치 예속 벗어나야 홀로서기 가능

풀뿌리 21년, 지방자치를 되돌아본다 <상> 절름발이 지방자치 지방자치단체 4곳 중 1곳 재정자립도 10% 미만 국세 8ㆍ지방세 2 구도


지방자치 시행 21년째다. 사람으로 치면 성인의 나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자체는 여전히 정부 눈치 살피느라 바쁘다. 예산확보를 위해 상경할 경우엔 마치 죄인처럼 잔뜩 주눅이 든다고 한다.

최근 전남도지방분권추진협의회(위원장 정순관)가 지역 특성에 맞는 지방분권 추진 역량 강화와 실질적 지방분권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16 제1차 지방분권추진협의회'를 개최했다. 지방분권추진협의회(위원 15명)는 이날 협의회에서 2016년 지방분권 추진 상황과 전국 지방분권 동향을 듣고 지방분권 정책 발전 방안과 범도민 분권운동 사업을 논의했다. 정순관 위원장은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1년이 지났지만 지방 재정의 취약성, 중앙 집권적 국가 운영 등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많아 지방자치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뭐가 문제일까.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성년이 됐음에도 착근되지 못한 지방자치제도를 점검해 보고 전문가 제언을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재명 시장의 단식과 재정자립도 최하위 전남

지난 7일 경기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염태영 수원시장, 채인석 화성시장도 24시간 동안 동조 단식을 했다. 정찬민 용인시장, 신계용 과천시장은 정부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쳤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지방재정 개편안' 저지를 위해서다. 이어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지방자치 수호를 위한 시민문화제'에는 성남ㆍ수원ㆍ화성ㆍ용인ㆍ과천ㆍ고양시에서 시민 2만명이 달려왔다.

정부의 '지방자치단체 간 형평성 강화'와 '지방재정 자율성 훼손'이라는 자치단체의 입장이 정면충돌한 셈이다.

화근은 경기도 '조정교부금 제도'였다. 조정교부금이란 지자체 간 재정 형평성을 위해 시ㆍ군이 걷은 도세의 일부를 다시 시ㆍ군에 배분하는 것을 말한다. 성남이나 수원에서 부동산 거래가 일어나며 발생하는 취득세ㆍ등록세나 과천 경마장에서 걷는 레저세는 도세에 해당된다. 도세는 각 도의 몫이지만 징수 주체는 시ㆍ군이다. 걷힌 도세의 일부는 시ㆍ군 재정 격차를 해소하는 데 쓰인다. 인구 50만명 이하 시ㆍ군은 해당 지자체가 거둔 도세의 27%, 인구 50만명 이상 지자체는 도세의 47%를 모아 조정교부금 재원을 마련한다. 인구(50%), 재정력(20%), 징수 실적(30%) 기준에 따라 이 재원이 각 시ㆍ군에 배분된다. 인구가 많을수록, 재정이 열악할수록, 징수 실적이 좋을수록 조정교부금을 많이 받는다. 이를 적용할 경우 수원시는 내년부터 세수 1406억원이 줄고 화성시는 1246억원, 성남시는 1395억원, 용인시는 1300억원, 고양시는 709억원, 과천시는 134억원이 줄어든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재정 자립성을 갖춘 지자체를 육성해야 하는 게 정부의 의무인데, 이번 개정안으로 불교부 단체 6곳 중 3곳을 정부 보조 없이는 못 사는 교부단체로 만들어버렸다. 자율성을 꺾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를 바라보는 전남은 씁쓸하다. 전남도는 재정자립도 10.6%로 전국 최하위다. 그 탓에 전남은 현행 보조금제도를 개선해 자치단체재정자립도를 고려한 차등지원제 도입을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 등지에서 회수한 세금이 전남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고양ㆍ과천ㆍ화성이 교부단체로 전환되면 나머지 수원ㆍ성남ㆍ용인에서 개정안대로 조정교부금을 종전보다 더 가져가게 된다. 그 금액이 20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이다. 이걸 경기도가 아닌 전국 지방자치단체 220개와 나누게 되므로 단체당 증가하는 교부금은 고작 10억원 내지 15억원이다.

재정자립도는 최하이지만, 복지비용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소요되는 전남도에게 15억원은 남의 살을 뜯어서 받아오기엔 너무 비참한 금액이다.

결국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 확충 밖에 없지만, 정부는 지난 21년간 이를 허용치 않았다.즉 지방재원의 양은 그대로 두고 지자체 간 수평적 이동만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 감세를 하는 바람에 전국적으로 세금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2이다 보니 지방세원 역시 당연히 부족하다. 지방정부 간 재정 격차 해소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 격차부터 해소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2할자치ㆍ정치적 족쇄 '안될말'

지방자치 21년이 지났지만 지자체장들은 '2할 자치'라는 자조적 표현을 쓴다.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1995년 63.5%에서 지난해 50.6%까지 낮아졌다. 10% 미만인 지자체는 59곳으로 전체 지자체(243곳) 중 24.3%에 달한다. 지자체 4곳 중 1곳은 지방정부 재정활동에 필요한 자금의 10%도 자체조달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이유는 국세 위주의 세입구조 탓이다. 지난 2015년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8.8%대 21.2%다. 재정 사용액은 중앙정부가 전체 392조7113억원 중 42.5%였고 지자체는 57.5%였다. 돈을 걷어 중앙정부가 80%를 가져가는 데 정작 더 많이 써야할 곳은 지자체다. 지자체가 정부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자체장을 예속시키는 것은 또 있다. 정치다. 1일부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에서 물러나는 조충훈 순천시장은 "지방자치 시행 21년이 지났지만 한 발짝도 나아진 게 없다"며 "자주재정권 확보와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정치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고 답했다.

그는 "시군구 기초단위는 풀뿌리 민생 자치의 근간으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당공천이라는 족쇄에 발이 묶여 지방정치가 실종됐다"며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형배 광산구 청장도 최근 "지자체장에게 정당 공천을 받으라고 하면서 왜 정치활동은 막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의아함을 표명하기도 했다. 민 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에 응모 했지만 당 방침에 따라 자격미달로 탈락했다. 더민주 중앙당은 공직자들의 지역위원장 출마를 허용치 않았다.

결국 21년간 지방자치는 정부에게 돈으로 치이고 정권에게 이용만 당했을 뿐, 눈치 보기 외에 활동을 할수가 없었다. 그나마 재정확충이 됐다해도 정부가 이를 빼앗아 나눠준 탓에 하향 평준화만 유지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방자치는 지난 21년간 항상 같았다. 정부가 8이고 우리는 2였다. 전남은 그 2에서도 가장 낮은 재원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에서 뭔가 주려고 하기보다 가져가지만 않아도 지자체가 나아질텐데 그게 어려운가 보다. 발전할 수없는, 풀뿌리 자치가 진전되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bhr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