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 행불자 암매장 진상 조사 급물살 탄다
계엄군 교도소내 '학살행위' 면밀한 조사 예상
본보 보도 전직 교도관 증언 내부 대상지 포함
구금 강길조씨 "연행자 52명 사망한 것 봤다"
2017. 10.13. 00:00:00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ㆍ18민주묘지를 찾은 참배객들이 최근 행불자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김양배 기자 ykim@jnilbo.com

5ㆍ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교도소 안에서 계엄군이 사망한 시민을 암매장했다는 전직 교도관의 증언(전남일보 9월13일자 1ㆍ3면)으로 촉발된 '제4차 암매장 발굴 조사'가 이르면 다음주 중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옛 광주교도소 발굴에 대한 법무부의 공식 허가가 떨어지면 지난 2009년 3차 조사 이후 무려 8년 만에 5ㆍ18 암매장 발굴 작업이 다시 이뤄지는 셈이다.

옛 광주교도소는 5ㆍ18 당시 유력한 암매장지로 지목돼 왔지만 그 동안 제대로 된 발굴 조사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5ㆍ18 때 3공수여단 소속 일병이었던 이상래 씨가 지난 1989년 '광주특위'에 "광주교도소 안에서 5구의 시체를 암매장했다"고 밝히면서 발굴이 이뤄진 게 마지막이다. 당시 이씨가 지목한 장소에선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의 증언은 군인들에 의한 암매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 당시 교도관 지목 암매장 유력 지점은 3곳

5ㆍ18기념재단은 5ㆍ18 당시 광주교도소에 근무했던 교도관들이 전남일보에 '교도소 내 암매장 목격' 증언을 한 데 이어 당시 수감중이었던 한 재소자도 같은 내용의 제보를 함에 따라 옛 광주교도소 내부를 이번 4차 암매장 발굴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재단 측은 교도소 부지 발굴을 위해 법무부에 2차례 '협조 공문'을 발송했으며, 최근 실무협의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 냈다. 이에 따라 다음주 중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이달 안에 발굴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광주교도소 보안과에 재직했던 전직 교도관은 △교도소장 관사 뒤편 △간부 관사로 향하는 비탈길 △교도소 감시대 옆 공터 등 3곳을 암매장 추정지로 지목했다. 그는 계엄군이 암매장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도 상세히 묘사했다. 군인 6~7명이 야전삽을 이용해 직사각형 형태로 잔디를 걷어내고 야전삽 길이 만큼 구덩이를 파고 시신을 묻고 잔디로 다시 덮었다. 이때 나온 흙은 판초우의에 차근차근 쌓아놓고, 남은 흙은 인근 논에 뿌리거나 먼 곳에 버리는 방식으로 시신을 묻은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교도관이 지목한 암매장 추정지 중 교도소장 관사 뒤편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증인이었던 고영태 씨의 아버지 고(故) 고규석 씨 등 8구의 시신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담양에 거주하던 고씨는 80년 5월21일 광주에서 차량으로 교도소 인근 도로를 지나다 계엄군의 총탄에 사망했으며 5월30일 교도소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계엄사령부가 5ㆍ18 직후 발표한 '광주사태 진상조사' 문건에는 이른바 '교도소 습격사건'으로 민간인 27명(보안사 자료에는 28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실제 수습된 시신은 교도소장 관사 뒤편에서 발굴된 8구와 교도소 앞 야산 3구 등 총 11구에 불과해 5ㆍ18재단과 5월 단체들은 나머지 16~17구의 시신이 교도소 내ㆍ외부 어딘가에 암매장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 피해 시민 "내가 확인한 사람만 52명 숨졌다"

5ㆍ18 당시 계엄군에게 붙잡혀 광주교도소에 구금됐던 강길조(75)씨의 증언에 의하면 암매장 된 희생자는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강씨는 "많은 중상자가 숨졌다. 내 눈으로 확인한 사람만 52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강씨와 당시 재직 교도관들은 일관되게 교도소 안에서 계엄군이 무차별적인 폭행을 자행했다고 말했다. 증언을 종합해보면 계엄군은 중상자들의 치료를 외면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조사 과정에서 폭행과 고문으로 체포자들을 숨지게 했다.

옛 광주교도소 부지가 이번 4차 암매장 발굴 조사에 포함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실제 발굴 조사를 통해 암매장 된 시신이나 흔적이 발견될 시 5ㆍ18 당시 행방불명자나 암매장 관련 진상 조사가 다시금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당시 교도소 내에서 자행된 계엄군의 '학살행위'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5ㆍ18기념재단은 이번 4차 암매장 발굴 조사 대상지로 옛 광주교도소 내ㆍ외곽 부지와 함께 그간 시민 제보가 잇따랐던 화순 너릿재와 제2수원지 방면을 선정했다. 너릿재의 경우 5ㆍ18 직후 군인들이 굴착기 등 중장비를 이용해 시신이 든 마대 자루를 묻었다는 제보가 수 차례 접수됐다.

김정대 기자 jdkim@jnilbo.com

기사 목록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