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ㆍ박근혜정권, 무차별적 광주ㆍ전남 블랙리스트
정치활동 이유로 총장 임용 탈락… 진보라고 대안학교 지원 싹둑… 국정원, 수사 핑계로 밥먹듯 불법사찰
2017. 10.12. 00:00:00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시절 광주ㆍ전남지역 문화ㆍ예술계 뿐 아니라 복지ㆍ교육분야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국정원의 사찰과 블랙리스트 작성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사실이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순천대 교수가 총장 1순위 후보로 추천됐으나 정치활동에 적극적이라는 이유로 총장에 임용되지 못한 사실이 교육부 문서를 통해 공식확인됐고, 진보 성향을 띤 광주ㆍ전남지역 대안학교들 마저 사찰을 당하고 소규모 지원금도 받지 못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전남일보가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성남을) 의원실을 통해 '교육부 인사위원회(인사위) 회의록 주요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인사위는 순천대가 지난 2015년 총장 1순위로 추천한 정순관(현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 교수의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

당시 인사위는 "정 교수가 대학 내부 문제나 발전 방안보다 사회ㆍ정치 활동에 적극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인사위는 교육부 차관(위원장)과 실ㆍ국장, 외부 위원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국립대 총장은 인사위가 1명의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결국 정 교수는 총장 임용에서 배제됐다. 정 교수는 2012년 대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점을 정부가 문제삼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함께 국정원이 강진 늦봄 문익환학교와 광주 광산구 지혜학교, 곡성평화학교 등 광주ㆍ전남 지역 비인가 대안학교를 대상으로 사찰을 했다는 정황이 속속 나왔다. 늦봄문익환학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 문성근 씨의 부친인 고(故) 문익환 목사의 철학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장하나 전 민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당시 국정원의 수ㆍ발신 내역을 살펴보던 중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고용노동부)과 여러차례 문서를 주고 받은 흔적을 발견했다. 장 전 의원은 문서를 좀더 면밀히 분석한 결과 노동청이 대안학교 교직원들의 고용보험 정보 등을 국정원에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본보에 밝혔다.

국정원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2012년 8월~11월까지 5차례 '수사협조', '업무협조' 명목으로 문서를 주고 받으며 늦봄문익환학교와 지혜학교 직원들의 주민등록번호, 이름, 고용보험 가입 이력, 월급, 주당 소정근로시간 등을 파악했다.

하지만 당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곡성평화학교의 교사ㆍ행정직원 등의 개인정보를 국정원에 제공하진 못했다. 그 당시 곡성평화학교 최기철 교장이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자료 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장 전 의원은 "당시 국정원은 개인정보 제공을 수사 목적이라고 해명했지만,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은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이었다. 이는 불법사찰이다"고 주장했다.

이 일이 발생한 직후 광주ㆍ전남 대안학교에 대한 정부의 소규모 지원마저 끊겼다. 실제 곡성 평화학교와 광주 지혜학교는 2012년 이전에 교육부 대안학교 관련 프로젝트에 신청해 연간 1000~2000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이후 지원 프로젝트가 없어져 지원을 받지 못했다. 장종택 지혜학교 교장은 "무작위로 아무 근거 없이 대안학교를 사찰하듯이 자료를 받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이러한 일련의 문제는 최근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 심리전의 패턴과 유사한 것으로, 교육계 블랙리스트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수진 기자 sjpark1@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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