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향 다르면 '블랙리스트'… 광주ㆍ전남도 다수 피해
"반정부 활동 총장 임명 못하는 사례 있어" 소문 현실화
강진 늦봄문익환학교ㆍ광주 지혜학교 등 교직원 사찰도
2017. 10.12. 00:00:00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에서는 이념과 정치 성향이 다른 단체나 개인은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받아야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정순관 순천대 행정학과 교수(현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는 전남일보와 인터뷰에서 "당시 정치적 이유 때문에 총장에서 탈락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보니 그것이 사실이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2015년 순천대 총장 임명 1순위 였지만 탈락했었다. 그러면서 그는 "순천대학교에서 1순위 후보의 총장 임명이 탈락된 전례는 한번도 없었는데, 당시 정당한 사유가 없는데 탈락시켜 황당하고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당시 정 교수의 총장 임명을 둘러싸고 "반정부적 활동ㆍ지지서명을 한 사람이 총장이 당선돼도 임명 못하는 사례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당시 순천대 2순위 후보자에 대한 임명은 지역사회에 커다란 충격과 혼란을 야기했었다. 실제 그 당시 순천대 학내 70주년 기념관에서 2순위 후보자가 취임하자 일부 교수들과 시민단체들은 '민주주의 수호 의지'구호를 외치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 정 교수는 2016년 1월 순천대 총장임용 제청권을 비정상적으로 행사한 교육부를 상대로 "총장 임명 제청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학문이 행정학이어서 연구대상이 정부 정책이다. 그런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이를 억압했다"면서 "헌법에 보장된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의 활동은 사회적 신뢰와 민주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은 지역 대학 교수는 물론, 비안가 대안학교들까지 정치편향성 이유로 탄압했다.

강진군 도암면에 소재한 비안가 대안학교인 '늦봄문익환학교'는 지난 2012년 비인가 대안학교를 지원하는 학업중단학생 교육지원사업에서 전국 시ㆍ도별 평가에서 1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지원사업에서 탈락했다. 당시 교육부는 제주 강정마을 현장학습과 북한에서 전달한 축사를 졸업식에서 낭독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을 들었다.

이는 '정치적ㆍ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교육하는 시설'이라는 제외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문제는 해당 조항이 사업공모 시작일로부터 불과 20일 전인 그 해 8월 27일 총리주재 교육개혁협의회에서 발표됐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당시 강진 늦봄문익환학교 지원사업 탈락에 대한 항의운동을 벌인 '대안교육연대' 소속 광주ㆍ전남지역 대안학교들도 줄줄이 국정원의 사찰을 받아야만 했다. 광주 광산구에 소재한 지혜학교와 곡성평화학교가 대표적이다.

지혜학교의 경우 당시 학교 직원들의 주민등록번호, 이름, 고용보험 가입 이력, 월급, 주당 소정근로시간 등의 기록은 고스란히 국정원에게 노출됐다. 또 기존 교육부에 대안학교 관련 프로젝트를 신청, 정부로부터 받아왔던 소규모 지원도 모두 끊겼다.

김창오 늦봄문익환학교 교감은 "교육계도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의 각본대로 움직인 것이다"면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광범위하게 대안학교의 민주시민의식 교육을 말살시키고자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교육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서 정부의 정책과 이념이 다른 개인과 단체는 모두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탄압했을 것이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ㆍ전남지역 문화ㆍ예술인 38명이 박근혜 정부시절 '지역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뿐 아니라, 학생운동권 출신인 강위원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이사가 복지분야 블랙리스트에 올라 불이익을 받았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볼때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에 거부감 많고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인사 많은 광주ㆍ전남지역의 경우 훨씬 많은 사람들이 블랙리스트의 피해를 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수진 기자 sjpark1@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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