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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한정식 참~ 좋기는 한데
8000원 남도 백반, 1만2000원 남도정식,
1만5000원 남도 한정식으로 하면 어떨까.
정식, 2인, 3인분도 팔자. 2인분 없는 남도 한정식….
어쩜 그것은 낙후한 남도 관광의 현주소가 아닐까
2017. 06.15. 00:00:00

이건상 기획취재본부장 gslee@jnilbo.com

"두 명인데요"
"2인분은 없고, 한 상으로만 팔아요"
"한 상에 얼마인데요?"
"4만4000원 짜리 부터 있어요"
"두 명인데, 꼭 한 상을 시켜야 해요?"

주인은 바쁘다는 듯 말을 잇지 않았다. 손님도 말없이 사라졌다. 지난 주말 K군 유명식당에서 들은 언어들이다. 여행객은 인터넷 뒤져 찾아 왔는데, 2인분은 안 판다는 소리에 뜨악했다. 둘이서, 점심 한 끼에, 4인분 한 상 기준, 4만4000원짜리를 먹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 터다.

한정식은 광주ㆍ전남의 대표음식이다. 전남도가 선정한 '남도음식명가 104선' 중에서 31곳(30%)이 한정식(정식, 백반정식 포함) 식당이다. 전남 22개 시ㆍ군 가운데 한정식을 대표음식으로 선정한 자치단체가 14곳(64%)에 달한다. 상 다리가 부러지도록 푸짐하게 나오는 산해진미는 외지인을 탄복케 한다. 경남 남해군 대표음식이라는 멸치쌈밥, 멸치회무침 정도는 그냥 밑반찬으로 나온다. 뭔 맛인지 모르는 통영 충무김밥, 이제는 전국 프랜차이즈가 된 춘천 닭갈비, 막국수와 견줄 음식이 아니다. 상에 오르는 반찬 하나하나가 다른 동네 메인음식이다. 떡갈비, 홍어삼합, 광어 회, 석쇠불고기, 육회, 생선구이, 꼬막, 젓갈 등등. 여기에 손맛으로 무쳐낸 나물에 전, 시큼한 묵은지, 전라도 김치를 어디에 비할까. 이렇게 해서 1인분에 1만1000원 꼴이다. 헌데, 둘이가면 먹을 수 없다니…. 광주ㆍ전남지역 맛집에서 2인분을 파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남도 한정식 먹으려면 4명씩 조를 짜든지, 아니면 4명분 값을 내야 한다.

관광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전세버스 단체에서, 자가용 가족으로, 남성에서 여성 중심으로, 볼거리에서 먹을거리로 바뀌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버스에서 술 마시며 막춤 추는 관광은 없다. 음식과 문화시설을 둘러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유명 빵 등을 기념품으로 사오는 패턴이다. 경남 통영 윤이상기념관 이중도 팀장은 "예전 통영은 관광버스 타고와 횟집에서 술 마시고 밥 먹는 관광이었다면, 지금은 맛 집에서 음식 먹고, 동피랑, 윤이상기념관, 박경리 문학관을 둘러보는 여행으로 바뀌었다"며 "한마디로 통영은 관광에서 여행으로, 성수기에서 연중으로, 단체에서 가족, 연인, 개별로 확 변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가면 누구나 들르는 곳이 있다. 도심 한 복판 동문재래시장이다. 그곳에 가면 1만원에서 1만5000원 짜리로 포장된 회들이 즐비하다. 문어 숙회와 소라는 1만원, 광어는 1만5000원 정도다. 전라도처럼 광어회 한 상 10만원짜리는 없다. 친구와 함께 만원짜리 회 한 접시로 제주도를 음미한다. 전주도 마찬가지다. 한옥마을 한정식(남도로 치면 백반) 집에 가면 2인분을 판다. 가격도 1만5000원부터 다양하다.

관광패턴이 변하니 먹방도 달라졌다. 백종원의 3대천왕, 수요미식회 추천 음식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단품음식이다. 1~3명이 여행하다보니 개별적인 단품 음식이 뜨는 것이다. 남도에서는 나주곰탕, 담양국수, 송정떡갈비, 함평비빔밥이 대표 단품이다. 역으로 종합음식인 남도한정식은 비추천 상품이 될 수밖에 없다. 1인분에 2~4만 원 짜리 한정식을 먹방에서 추천할 수 있겠는가.

광주ㆍ전남도 변해야 한다. 달라진 여행패턴에 조응해야 한다. 일본 규슈 7개 현은 '규슈 프리 와이파이'를 추진 중이다. 자유여행 패턴에 따라 스마트 폰으로 검색하면서 여행하도록 디지털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프리 와이파이가 되면 관광버스가 아닌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승용차 렌트카가 일반화된다. 여행 산업지도가 바뀐다.
남도도 인증 샷 풍경을 만들고, 단품음식의 브랜드에 나서야 한다. 당장 대표음식 한정식부터 바꿔보자. 8000원 남도 백반, 1만2000원 남도 정식, 1만5000원 남도 한정식으로 하면 어떨까. 2인, 3인분도 팔자. 투박한 영암 시유도기, 중후한 강진 청자, 깔끔한 장흥 백자에 음식도 담아 내보자. 2인분 없는 남도 한정식…. 어쩜 그것은 낙후한 남도 관광의 현주소가 아닐까.


**본 칼럼이 게재된 이후 강진군은 인터넷 예약을 하면 2인분 한정식도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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